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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희 기자]
▲ '모두의 지하철' 디자인 총괄인 이연준 교수가 시청역 교통약자 안내표지를 가리키고 있다.
ⓒ 무의
"엄마, 나 지하철 타고 싶어."
휠 야마토통기계 체어를 탄 딸이 지하철을 쉽게 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때 처음 떠올랐던 게 '휠체어 길에 스티커를 붙이면 어떨까'였다. 지하철에 스티커를 함부로 붙일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후 시민들과 함께 지하철교통약자환승지도를 만들고 '지하철에 교통약자를 위한 안내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10년 후 그 꿈이 진짜 지하철 표지판으 바다신2 다운로드 로 실현됐다. 사단법인 무의가 서울시, 서울교통공사와 함께 현대로템의 지원으로 진행 중인 '모두의 지하철'은 서울지하철 70년 역사상 최초로 교통약자 관점에서 안내표지를 디자인하고 실제 부착까지 하는 프로젝트다. 민간 디자인기업인 눈디자인과 함께 디자인 작업을 총괄한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이연준 교수를 만났다.
- 다양한 공공디자인 프로 메이저릴게임사이트 젝트에 참여하셨는데 교수님에게 공공디자인은 어떤 의미인가?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디자인이 비즈니스와 사회 전반에 어떻게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많다. 서울시 청소년 건강 증진을 위한 신체활동 디자인이나 서울 개포동 도보친화거리 디자인, 보라매병원 실내 길찾기, 한국관광공사의 '읽기 쉬운 관광 안내 체계' 골드몽 등의 작업을 해 왔다. 특히 관광공사 프로젝트는 현재 전국 안내 체계의 기본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와는 병원 응급실 등에 자살 시도자가 왔을 때 어떻게 하면 사후 관리할 수 있을지 응대 체계를 연구했다. 자살 시도자는 신체적으로 응급치료가 이루어지면 복합적인 이유로 정신의학과 치료를 받지 않는 비율이 높아 퇴원하는 이에게 바다이야기 정신건강센터 방문을 유도하는 메시지가 포함된 패키지를 개발하였다.
다만 이 패키지는 퇴원 시 누구에 의해 전달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데(의사나 간호사가 건네면 더 효과가 높아질 텐데) 거기까지는 개입할 수 없었던 터라 아쉬움이 남는다(이 프로젝트는 2022년 IF어워드를 수상했다)."
- '모두의 지하철'은 선례가 없어 예산 책정부터 목표 설정까지 모두 모호한 상황에서 한지라 이 디자인을 누가 할 수 있을지 고민 많았다. 장애 있는 동생 이야기를 하시며 프로젝트 필요성에 공감하셨던 게 너무 반가웠다.
"공공 디자인은 이해관계자가 많고 예산도 적어 고된 작업이긴 하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장애가 있는 동생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밖을 나설 때마다 사람들이 보내는 '동정도 아니고 이상하게 쳐다보는' 특유의 시선이 있다. 어릴 때는 이민까지 고민했었다.
반면 2000년대 초반 뉴욕에서 본 광경은 충격적이었다. 아무리 바빠도 버스 기사와 승객들이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할 때까지 당연하게 기다려주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교통약자 안내 표지를 부착하고 싶다'는 무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디자인을 통해 이런 인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다."
멀리서도 볼 수 있게 엘리베이터 벽면에 대형 교통약자 픽토그램
▲ 모두의 지하철 디자인 총괄 홍대 이연준 교수(오른쪽)와 무의 황시인 책임매니저가 시청역에 시범설치된 교통약자 안내표지 중 대형 엘리베이터 교통약자 픽토그램을 가리키고 있다.
ⓒ 무의
- 모두의 지하철 프로젝트 조사에 참여한 교통약자들이 지하철에서 '우리가 이곳에 존재한다는 걸 알려 주는 표지'라고 하더라.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이고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복잡한 서울 지하철에서 정보를 인지하는 방식의 균형을 잡는 게 가장 중요했다. 기존 안내표지를 다 철거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이 표지만 너무 도드라지면 비장애인들이 헷갈리거나 엘리베이터로 지나치게 몰릴 수 있으니 그런 상황도 고려해야 했다.
한국 지하철은 안내표지 부착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수도권의 경우 노선이 24개로 세계에서도 가장 복잡한 축에 속한다. 일본이 복잡하다고는 하지만 일본 전철 안내 규칙엔 통일성이 있다. 반면 한국은 노선도 복잡하고 역사에 따라서는 수십 년에 걸쳐 규정이 여러 번 바뀐 안내판들이 혼재되어 있기도 하다.
건축 방식도 안내에 방해되는 경우가 있다. 어떤 역은 이용자 경험보다는 예산이나 시공 편의를 우선에 두고 지어지기도 했다. 예를 들어 옛날에 지어진 섬식 승강장(승강장이 가운데 있고 양쪽에서 열차를 탈 수 있는 승강장)을 보면 원형 기둥이 너무 많고 시야를 가려 멀리서는 안내판이 잘 안 보이기도 한다. 벽면 조건(타일, 벽돌, 색상, 조명 정도 등)도 제각각이다. 기존 안내판을 다 철거할 수 없기 때문에 교통약자 정보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 가지 중요한 디자인 결정이 있었다. 첫 번째는 '인디케이터(유도선)' 도입이다. '청록색 선만 따라가면 엘리베이터가 나온다'는 인식을 주려 했다. 실제로 첫 시범 표지가 붙은 시청역에서 조사 참여자들이 그 색에 집중하면서 갔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색상 선택엔 고민이 많았다. 지하철에 쓰이는 색깔이 29개 정도 된다. 노선 색상과 겹치지 않으면서도 채도가 너무 낮으면 안 됐는데 청록색을 채택하게 됐다. 이 표지가 성공하려면 이 띠의 이름이 중요한데, 색이 파랑과 초록의 중간이라서 이름을 직관적으로 붙이기 어렵긴 하다. 앞으로 무의가 이 띠 이름을 잘 정해서 마케팅하는 게 중요할 거라 생각한다.
두 번째는 엘리베이터를 일종의 랜드마크로 활용하자는 결정이었다. 지하 공간에선 방향감을 잃기 쉽다. 엘리베이터 벽면에 대형 교통약자 픽토그램을 붙여 멀리서도 볼 수 있게 했다. 휠체어만 크게 붙이면 어떠냐 등등 다양한 논쟁이 있었는데 결국 교통약자 4개 픽토그램을 같은 크기로 부착했다. 국내에선 저 정도 크기로 붙인 건 최초일 거다."
- 현대로템이 사업비를 지원하는 민관협력이라는 점도 '모두의 지하철' 프로젝트의 특징이다. 이렇게 민간의 지원으로 공공디자인을 한 해외 사례가 또 있는지, 다양한 공공 기관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라 어렵지는 않았는지 궁금하다.
"뉴욕엔 씨티그룹이 시 공공자전거를 지원하고 산탄더라는 금융 기업이 런던 공유자전거를 지원하는 식의 공공 프로젝트가 있다. 공공디자인에서 포용 디자인이 중요하지만 재원이 부족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은데 현대로템이 전동차를 만들기도 하니 기업의 본질에 맞춰 이를 선뜻 지원한 진정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아닐까 싶다.
공공프로젝트에서는 담당 공무원들의 프로젝트에 대한 자세에 따라 진전도가 달라지는데, 서울시나 서울교통공사 모두 '일이 되게끔 하는데' 매우 협조적이었다. 서울시 약자동행담당관실 주무관님은 특히 여러 부서를 설득해 가며 일이 되게끔 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셔서 정말 인상적이었다."
▲ 필자가 모두의 지하철 디자인 총괄 홍대 이연준 교수(왼쪽)를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 무의
- 무의에서 처음 지하철교통약자 환승지도를 만들면서 휠체어 환승 표지가 없다는 문제를 제기한 뒤 역무원들이 줄글로 쓴 안내가 여기저기 붙었는데, 안내 표기는 어떤 방식으로 해결했나?
"안내표지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정보가 없어서가 아니라 정확한 위치에 없기 때문이다. 민원 때문에 자꾸 덧붙이다 보면 정작 필요한 정보를 찾기 더 힘들어진다. 오래된 역일수록 불필요한 안내표지를 걷어내고 정확하게 딱 필요한 표지를 부착해야 한다. 줄글은 TMI(너무 많은 정보)라 머리에 넣고 가는 게 어렵다. 100미터, 150미터 간격으로 안내표지를 붙이고, 특히 정보를 결정해야 하는 분기점에서 안내표지를 더 크게 부착하는 규칙을 만들었다.
길 안내 방법 표기 문구에 대해서도 연구했다. 어떤 방면 열차인지 알려줄 때 '다음 역'을 표기하고 종점을 병기하기로 했다. 옛날 역들은 표지판에 종점 표기를 해놓는 경우가 많은데, 타는 사람 입장에선 자신이 거쳐 가야 하는 역은 알지만 자신이 가지도 않을 종점 역을 알긴 어렵다. 다음 역 방향을 오인해 잘못 탔다면 금세 내려 다시 탈 수 있지만 종점을 잘못 오인해 타면 한참 뒤에 알게 되지 않나."
70년 동안 없던 포용디자인의 씨앗 뿌린 것
-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새로운 과제나 새로운 인사이트도 발견했을 것 같다.
"어떤 구간의 경우 결국 사람이 투입돼 안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건대입구역 일부 구간의 경우 휠체어 이용자들은 역 밖으로 나가 길을 건너야 하는 등 물리적으로 정말 환승이 어려운 곳이다. 안내표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또 하나는, 교통약자 입장에서 길을 다시 확인하고 싶을 때의 안내를 어떻게 친절하게 만들지 고민했는데, 그러다 보니 교통약자와 비교통약자 안내가 상충하는 구간에서 어떻게 정보 위계를 만들고 부착해야 할지 새로운 고민이 생기더라."
- 이런 연구의 해외 사례는 없었나?
"이번 프로젝트는 사실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도시철도에서의 교통약자 안내표지 연구다. 서울 크기의 다른 대도시의 경우 지하철이 너무 오래전 지어져서 아예 휠체어 접근이 안 되는 데들이 많아서 그런지 저상버스가 100% 갖춰져 있다 보니 이동약자들이 타 대중교통수단과 병행해 이동하는데, 서울은 상대적으로 지하철 의존도가 좀 더 큰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이번 프로젝트 같은 경우는 찾기 드물다."
- 어쩌면 서울뿐 아니라 다른 지역, 나아가 다른 국가에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작년 10월 네덜란드의 유명한 디자인 행사인 '더치 디자인 위크'에 다녀왔는데 '희망보다 행동(Less hope, more action)'이란 구호를 보며 '모두의 지하철'이 생각났다. 그저 가만히 앉아서 언젠간 바뀌겠지 하는 막연한 희망 대신 적극적인 행동으로 변혁시키자는 구호다. 무의가 나서서 70년 동안 없던 포용디자인의 씨앗을 뿌린 거라고 생각한다.
공공디자인은 누군가 모방하면 그게 성공의 지표다. 좋은 씨앗을 뿌렸으니 실제 효과를 검증하면 다른 곳에서 많이 따라 할 거다. 서울지하철 신노선도의 경우에도 실제 정보를 더 빨리 찾는다는 검증 덕분에 다른 지자체에서 따라 했다고 들었다. 정책 도입까지 하게 되면 더 빨리 퍼질 것이고. 소위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개발도상국)엔 좋은 참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서울처럼 압축 성장한 도시에서 어떻게 포용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매우 좋은 선행 사례가 될 것이다."
잘 만들어진 공공디자인은 디자인에 영향받는 사람들의 삶을 실제로 변화시킨다. '모두의 지하철' 표지가 처음 부착된 시청역에서 교통약자의 환승 시간이 얼마나 줄었는지 측정해 봤더니 평균 6분 이상 단축됐다. 특히 휠체어 이용자 환승 시간은 8분 줄었다.
▲ 서울시청역에 부착된 모두의 지하철 교통약자 길안내 표지 앞에서 유아차를 동반한 리서치 참여자가 미소짓고 있다.
ⓒ 무의
하지만 이런 수치 효과보다 내 마음을 더 움직인 건 안내표지를 본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유아차를 갖고 시청역 실증 조사에 참여한 한 아이 엄마는 "청록색 띠와 엘리베이터, 큰 휠체어, 유아차 표식이 마치 지하철이 우리 아이와 나를 반겨 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 휠체어 이용 대학생은 "무의가 서울시, 서울교통공사 같은 공공기관과 함께하는 게 내게는 의미있다"고 말했다.
이연준 교수의 말대로 과제는 더 늘었다. 2년 차로 접어든 '모두의 지하철'은 시범역에 붙은 디자인이 비교통약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하여 서울시 공공디자인 가이드라인 등재를 추진하는 한편 더 많은 역으로 확대하려 한다. 장기적으로는 서울시 도시철도역 운영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코레일 등 다른 사업자로 확대하는 게 목표다.
이 디자인이 확대될 수 있다면 10년 전 '나도 지하철 타고 싶어'라고 말하던 내 딸과 같은 아이들이 지하철에 존재함을 드러냄으로써 심리적 턱을 허물고 좀 더 편하게 외출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비교통약자들에겐 다양한 교통약자들과 함께 하는, 인식의 턱을 허무는 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모두의 지하철' 디자인 총괄인 이연준 교수가 시청역 교통약자 안내표지를 가리키고 있다.
ⓒ 무의
"엄마, 나 지하철 타고 싶어."
휠 야마토통기계 체어를 탄 딸이 지하철을 쉽게 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때 처음 떠올랐던 게 '휠체어 길에 스티커를 붙이면 어떨까'였다. 지하철에 스티커를 함부로 붙일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후 시민들과 함께 지하철교통약자환승지도를 만들고 '지하철에 교통약자를 위한 안내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10년 후 그 꿈이 진짜 지하철 표지판으 바다신2 다운로드 로 실현됐다. 사단법인 무의가 서울시, 서울교통공사와 함께 현대로템의 지원으로 진행 중인 '모두의 지하철'은 서울지하철 70년 역사상 최초로 교통약자 관점에서 안내표지를 디자인하고 실제 부착까지 하는 프로젝트다. 민간 디자인기업인 눈디자인과 함께 디자인 작업을 총괄한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이연준 교수를 만났다.
- 다양한 공공디자인 프로 메이저릴게임사이트 젝트에 참여하셨는데 교수님에게 공공디자인은 어떤 의미인가?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디자인이 비즈니스와 사회 전반에 어떻게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많다. 서울시 청소년 건강 증진을 위한 신체활동 디자인이나 서울 개포동 도보친화거리 디자인, 보라매병원 실내 길찾기, 한국관광공사의 '읽기 쉬운 관광 안내 체계' 골드몽 등의 작업을 해 왔다. 특히 관광공사 프로젝트는 현재 전국 안내 체계의 기본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와는 병원 응급실 등에 자살 시도자가 왔을 때 어떻게 하면 사후 관리할 수 있을지 응대 체계를 연구했다. 자살 시도자는 신체적으로 응급치료가 이루어지면 복합적인 이유로 정신의학과 치료를 받지 않는 비율이 높아 퇴원하는 이에게 바다이야기 정신건강센터 방문을 유도하는 메시지가 포함된 패키지를 개발하였다.
다만 이 패키지는 퇴원 시 누구에 의해 전달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데(의사나 간호사가 건네면 더 효과가 높아질 텐데) 거기까지는 개입할 수 없었던 터라 아쉬움이 남는다(이 프로젝트는 2022년 IF어워드를 수상했다)."
- '모두의 지하철'은 선례가 없어 예산 책정부터 목표 설정까지 모두 모호한 상황에서 한지라 이 디자인을 누가 할 수 있을지 고민 많았다. 장애 있는 동생 이야기를 하시며 프로젝트 필요성에 공감하셨던 게 너무 반가웠다.
"공공 디자인은 이해관계자가 많고 예산도 적어 고된 작업이긴 하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장애가 있는 동생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밖을 나설 때마다 사람들이 보내는 '동정도 아니고 이상하게 쳐다보는' 특유의 시선이 있다. 어릴 때는 이민까지 고민했었다.
반면 2000년대 초반 뉴욕에서 본 광경은 충격적이었다. 아무리 바빠도 버스 기사와 승객들이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할 때까지 당연하게 기다려주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교통약자 안내 표지를 부착하고 싶다'는 무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디자인을 통해 이런 인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다."
멀리서도 볼 수 있게 엘리베이터 벽면에 대형 교통약자 픽토그램
▲ 모두의 지하철 디자인 총괄 홍대 이연준 교수(오른쪽)와 무의 황시인 책임매니저가 시청역에 시범설치된 교통약자 안내표지 중 대형 엘리베이터 교통약자 픽토그램을 가리키고 있다.
ⓒ 무의
- 모두의 지하철 프로젝트 조사에 참여한 교통약자들이 지하철에서 '우리가 이곳에 존재한다는 걸 알려 주는 표지'라고 하더라.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이고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복잡한 서울 지하철에서 정보를 인지하는 방식의 균형을 잡는 게 가장 중요했다. 기존 안내표지를 다 철거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이 표지만 너무 도드라지면 비장애인들이 헷갈리거나 엘리베이터로 지나치게 몰릴 수 있으니 그런 상황도 고려해야 했다.
한국 지하철은 안내표지 부착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수도권의 경우 노선이 24개로 세계에서도 가장 복잡한 축에 속한다. 일본이 복잡하다고는 하지만 일본 전철 안내 규칙엔 통일성이 있다. 반면 한국은 노선도 복잡하고 역사에 따라서는 수십 년에 걸쳐 규정이 여러 번 바뀐 안내판들이 혼재되어 있기도 하다.
건축 방식도 안내에 방해되는 경우가 있다. 어떤 역은 이용자 경험보다는 예산이나 시공 편의를 우선에 두고 지어지기도 했다. 예를 들어 옛날에 지어진 섬식 승강장(승강장이 가운데 있고 양쪽에서 열차를 탈 수 있는 승강장)을 보면 원형 기둥이 너무 많고 시야를 가려 멀리서는 안내판이 잘 안 보이기도 한다. 벽면 조건(타일, 벽돌, 색상, 조명 정도 등)도 제각각이다. 기존 안내판을 다 철거할 수 없기 때문에 교통약자 정보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 가지 중요한 디자인 결정이 있었다. 첫 번째는 '인디케이터(유도선)' 도입이다. '청록색 선만 따라가면 엘리베이터가 나온다'는 인식을 주려 했다. 실제로 첫 시범 표지가 붙은 시청역에서 조사 참여자들이 그 색에 집중하면서 갔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색상 선택엔 고민이 많았다. 지하철에 쓰이는 색깔이 29개 정도 된다. 노선 색상과 겹치지 않으면서도 채도가 너무 낮으면 안 됐는데 청록색을 채택하게 됐다. 이 표지가 성공하려면 이 띠의 이름이 중요한데, 색이 파랑과 초록의 중간이라서 이름을 직관적으로 붙이기 어렵긴 하다. 앞으로 무의가 이 띠 이름을 잘 정해서 마케팅하는 게 중요할 거라 생각한다.
두 번째는 엘리베이터를 일종의 랜드마크로 활용하자는 결정이었다. 지하 공간에선 방향감을 잃기 쉽다. 엘리베이터 벽면에 대형 교통약자 픽토그램을 붙여 멀리서도 볼 수 있게 했다. 휠체어만 크게 붙이면 어떠냐 등등 다양한 논쟁이 있었는데 결국 교통약자 4개 픽토그램을 같은 크기로 부착했다. 국내에선 저 정도 크기로 붙인 건 최초일 거다."
- 현대로템이 사업비를 지원하는 민관협력이라는 점도 '모두의 지하철' 프로젝트의 특징이다. 이렇게 민간의 지원으로 공공디자인을 한 해외 사례가 또 있는지, 다양한 공공 기관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라 어렵지는 않았는지 궁금하다.
"뉴욕엔 씨티그룹이 시 공공자전거를 지원하고 산탄더라는 금융 기업이 런던 공유자전거를 지원하는 식의 공공 프로젝트가 있다. 공공디자인에서 포용 디자인이 중요하지만 재원이 부족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은데 현대로템이 전동차를 만들기도 하니 기업의 본질에 맞춰 이를 선뜻 지원한 진정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아닐까 싶다.
공공프로젝트에서는 담당 공무원들의 프로젝트에 대한 자세에 따라 진전도가 달라지는데, 서울시나 서울교통공사 모두 '일이 되게끔 하는데' 매우 협조적이었다. 서울시 약자동행담당관실 주무관님은 특히 여러 부서를 설득해 가며 일이 되게끔 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셔서 정말 인상적이었다."
▲ 필자가 모두의 지하철 디자인 총괄 홍대 이연준 교수(왼쪽)를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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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의에서 처음 지하철교통약자 환승지도를 만들면서 휠체어 환승 표지가 없다는 문제를 제기한 뒤 역무원들이 줄글로 쓴 안내가 여기저기 붙었는데, 안내 표기는 어떤 방식으로 해결했나?
"안내표지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정보가 없어서가 아니라 정확한 위치에 없기 때문이다. 민원 때문에 자꾸 덧붙이다 보면 정작 필요한 정보를 찾기 더 힘들어진다. 오래된 역일수록 불필요한 안내표지를 걷어내고 정확하게 딱 필요한 표지를 부착해야 한다. 줄글은 TMI(너무 많은 정보)라 머리에 넣고 가는 게 어렵다. 100미터, 150미터 간격으로 안내표지를 붙이고, 특히 정보를 결정해야 하는 분기점에서 안내표지를 더 크게 부착하는 규칙을 만들었다.
길 안내 방법 표기 문구에 대해서도 연구했다. 어떤 방면 열차인지 알려줄 때 '다음 역'을 표기하고 종점을 병기하기로 했다. 옛날 역들은 표지판에 종점 표기를 해놓는 경우가 많은데, 타는 사람 입장에선 자신이 거쳐 가야 하는 역은 알지만 자신이 가지도 않을 종점 역을 알긴 어렵다. 다음 역 방향을 오인해 잘못 탔다면 금세 내려 다시 탈 수 있지만 종점을 잘못 오인해 타면 한참 뒤에 알게 되지 않나."
70년 동안 없던 포용디자인의 씨앗 뿌린 것
-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새로운 과제나 새로운 인사이트도 발견했을 것 같다.
"어떤 구간의 경우 결국 사람이 투입돼 안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건대입구역 일부 구간의 경우 휠체어 이용자들은 역 밖으로 나가 길을 건너야 하는 등 물리적으로 정말 환승이 어려운 곳이다. 안내표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또 하나는, 교통약자 입장에서 길을 다시 확인하고 싶을 때의 안내를 어떻게 친절하게 만들지 고민했는데, 그러다 보니 교통약자와 비교통약자 안내가 상충하는 구간에서 어떻게 정보 위계를 만들고 부착해야 할지 새로운 고민이 생기더라."
- 이런 연구의 해외 사례는 없었나?
"이번 프로젝트는 사실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도시철도에서의 교통약자 안내표지 연구다. 서울 크기의 다른 대도시의 경우 지하철이 너무 오래전 지어져서 아예 휠체어 접근이 안 되는 데들이 많아서 그런지 저상버스가 100% 갖춰져 있다 보니 이동약자들이 타 대중교통수단과 병행해 이동하는데, 서울은 상대적으로 지하철 의존도가 좀 더 큰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이번 프로젝트 같은 경우는 찾기 드물다."
- 어쩌면 서울뿐 아니라 다른 지역, 나아가 다른 국가에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작년 10월 네덜란드의 유명한 디자인 행사인 '더치 디자인 위크'에 다녀왔는데 '희망보다 행동(Less hope, more action)'이란 구호를 보며 '모두의 지하철'이 생각났다. 그저 가만히 앉아서 언젠간 바뀌겠지 하는 막연한 희망 대신 적극적인 행동으로 변혁시키자는 구호다. 무의가 나서서 70년 동안 없던 포용디자인의 씨앗을 뿌린 거라고 생각한다.
공공디자인은 누군가 모방하면 그게 성공의 지표다. 좋은 씨앗을 뿌렸으니 실제 효과를 검증하면 다른 곳에서 많이 따라 할 거다. 서울지하철 신노선도의 경우에도 실제 정보를 더 빨리 찾는다는 검증 덕분에 다른 지자체에서 따라 했다고 들었다. 정책 도입까지 하게 되면 더 빨리 퍼질 것이고. 소위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개발도상국)엔 좋은 참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서울처럼 압축 성장한 도시에서 어떻게 포용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매우 좋은 선행 사례가 될 것이다."
잘 만들어진 공공디자인은 디자인에 영향받는 사람들의 삶을 실제로 변화시킨다. '모두의 지하철' 표지가 처음 부착된 시청역에서 교통약자의 환승 시간이 얼마나 줄었는지 측정해 봤더니 평균 6분 이상 단축됐다. 특히 휠체어 이용자 환승 시간은 8분 줄었다.
▲ 서울시청역에 부착된 모두의 지하철 교통약자 길안내 표지 앞에서 유아차를 동반한 리서치 참여자가 미소짓고 있다.
ⓒ 무의
하지만 이런 수치 효과보다 내 마음을 더 움직인 건 안내표지를 본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유아차를 갖고 시청역 실증 조사에 참여한 한 아이 엄마는 "청록색 띠와 엘리베이터, 큰 휠체어, 유아차 표식이 마치 지하철이 우리 아이와 나를 반겨 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 휠체어 이용 대학생은 "무의가 서울시, 서울교통공사 같은 공공기관과 함께하는 게 내게는 의미있다"고 말했다.
이연준 교수의 말대로 과제는 더 늘었다. 2년 차로 접어든 '모두의 지하철'은 시범역에 붙은 디자인이 비교통약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하여 서울시 공공디자인 가이드라인 등재를 추진하는 한편 더 많은 역으로 확대하려 한다. 장기적으로는 서울시 도시철도역 운영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코레일 등 다른 사업자로 확대하는 게 목표다.
이 디자인이 확대될 수 있다면 10년 전 '나도 지하철 타고 싶어'라고 말하던 내 딸과 같은 아이들이 지하철에 존재함을 드러냄으로써 심리적 턱을 허물고 좀 더 편하게 외출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비교통약자들에겐 다양한 교통약자들과 함께 하는, 인식의 턱을 허무는 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