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주택지구 문제 없나…서울 송동마을 가보니





주정완 논설위원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우면산 남쪽 자락에 있는 송동마을. 오가는 사람이 별로 없어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전원주택 30여 가구가 옹기종기 자리 잡고 있었다. 담장의 붉은 벽돌 사이로 틈새가 벌어진 오래된 집도 있었지만, 현대적 감각의 산뜻 바다이야기게임장 한 디자인으로 비교적 최근에 지은 듯한 고급주택도 눈에 띄었다. 집 안에 차고를 두고 슬라이드 방식의 자동문을 설치하거나 바깥쪽 담장에 전기차 충전기를 달아둔 집도 있었다. 주택가 서쪽으로는 화훼용 비닐하우스 단지가 펼쳐져 있었다.

■
「 우면산 자락의 전원주택 마을 국토부 공공개발 후보지 포함 릴게임온라인
주민들 “그대로 살게 해달라” 11월 공청회, 단상 점거로 저지
2029년 첫 분양과 착공이 목표 정부는 철거 후 개발 방침 고수 」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서리풀 2지구의 모습. 정부는 강제 수용·철거 후 아파트 건설 바다이야기무료머니 을 추진 중이다. 비닐하우스 너머로 보이는 주택가가 송동마을이다. 주정완 기자


수년 뒤에는 송동마을과 인근 마을인 식유촌에서 이런 풍경을 더는 볼 수 없을지 모른다. 두 마을은 정부가 공공주택 개발을 추진 중인 서초구 우면동 일원의 서리풀 2지구(19만3259㎡, 약 5만8000평)에 속해 있기 릴게임종류 때문이다. 서초구 원지·신원·염곡·내곡동 일원의 서리풀 1지구(201만8074㎡, 약 61만 평)에 비해 서리풀 2지구는 약 10분의 1 규모다.
정부는 서리풀 1지구와 2지구에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풀고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 후 민간 소유의 땅과 건축물을 강제로 수용한 뒤 철거하고 그 자리에 아파트 단지 릴게임무료 (1지구 1만8000가구, 2지구 2000가구)를 건설할 예정이다.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발표한 사업 계획을 지난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도 그대로 이어받았다.
지난 정부 때 발표, 현 정부도 승계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수도권 신규 택지 후보지 네 곳을 선정하고 해당 지역에서 주택 5만 가구 공급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그중 서울에선 서리풀 지구가 유일했고 나머지 세 곳은 경기도(고양·의왕·의정부)였다. 당시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2029년 첫 분양까지 5년, 2031년 첫 입주까지 7년을 목표로 주택공급 기한을 최대한 단축하겠다”고 말했다.
이때 브리핑에 함께 참석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리풀 지구에서 신혼부부 전용 장기전세주택(미리내집) 공급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오세훈표 주택정책’으로 추진하는 미리내집은 신혼부부가 최장 20년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이다. 만일 미리내집에 입주한 신혼부부가 자녀를 둘 이상 낳으면 20년 뒤 해당 주택을 분양받을 수도 있다. 오 시장은 “(서리풀 지구는) 청년층과 신혼부부의 선호도가 높고 도심 접근성이 뛰어나다. 전체 2만 가구 중 55%인 1만1000가구를 미리내집으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5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 둘째)이 서리풀 지구의 현황판을 가리키며 조속한 사업 추진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리풀 지구는 지난 9월 이재명 정부의 두 번째 부동산 대책인 ‘9·7 대책’(주택공급 확대방안)에도 포함됐다. 현 정부도 기존 계획대로 서리풀 지구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서울 남부권의 서리풀 지구는 최대한 (사업 추진 일정을) 앞당겨 2029년에 착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지난달 5일 서리풀 지구를 방문한 자리에선 “내년 1월 지구 지정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주민 설명회 이어 공청회도 무산 같은 이름의 공공주택지구 후보지라도 서리풀 1지구와 2지구는 주민들의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 지난달 24일 예정했던 서리풀 2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공청회는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지난 10월 초 주민 설명회가 무산된 데 이어 두 번째로 벌어진 주민들의 집단 단상 점거였다. 비슷한 시기에 서리풀 1지구가 큰 무리 없이 주민 설명회와 공청회를 마친 것과 대조적이다.
서리풀 2지구의 송동마을과 식유촌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정부의 강제 수용 계획에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두 마을과 함께 서리풀 2지구에 속한 천주교 우면동성당 신자들도 정부의 성당 철거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백운철 우면동성당 주임신부는 공청회 무산 직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우리는 ‘보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존’할 것을 요청한다”며 “일방적인 강제 수용을 저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리풀 2지구의 사업 시행을 맡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오는 12일 2차 공청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이번에도 주민들은 집단 단상 점거로 공청회를 무산시킬 가능성이 커 보인다. 법적으로 사업 시행자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완료하려면 주민 설명회와 공청회를 거쳐야 한다. 다만 2회 이상 공청회가 무산되면 공청회 개최를 생략할 수 있다.
국토부는 주민들의 반발에도 지구 지정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빈 땅이 별로 남지 않은 서울에서 현 정부 임기 안에 주택공급을 가시화하려면 서리풀 지구 개발계획에 차질을 빚으면 안 된다는 인식이 깔렸다. 국토부는 2029년 서리풀 지구에서 첫 아파트 분양과 착공을 목표로 한다. 최종적으로 지구 지정을 결정할 권한은 국토부 산하 중앙도시계획위원회가 갖고 있다.
“기존 주택가는 철거 대신 보존을” 기자가 송동마을을 찾아간 지난달 26일에는 마을 곳곳에 공공주택지구 지정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주민 협의 없는 행정절차 전면 백지화하라’ ‘송동마을에서 살다가 송동마을에서 죽고 싶다’ 등의 글귀가 눈에 띄었다.
마을 경로당 앞에서 주민 박경옥씨를 만났다. 10년 전 부부가 함께 마을로 들어왔는데 현재는 딸 부부와 손자까지 3대가 한집에 살고 있다고 했다. 우면동성당 평신도 대표(사목협의회장)를 맡은 그는 “우리는 무조건 개발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단순히 개발과 보존의 대립 구도로 보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박씨는 마을 주민들의 뜻을 반영한 대안도 제시했다. 기존 주택은 보존하되 그 외 지역을 대기업 연구·개발(R&D)센터와 저층 주거단지로 개발한 우면동 성촌·향촌마을의 모델이다. 그는 “서리풀 2지구 가장자리에 있는 마을과 성당을 철거하지 않아도 지구 안쪽에는 그보다 훨씬 넓은 땅이 있다. 여기에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주거단지를 지으면 정부와 마을 주민에게 모두 좋은 ‘윈-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송동마을 비대위 부위원장을 맡은 성해영 서울대 교수(종교학)는 “송동마을 주변은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보금자리주택 건설을 검토했다가 제외했던 지역”이라며 “우면산 자락의 조용한 주거지인 이곳은 경부고속도로 양옆으로 길게 이어진 서리풀 1지구와는 전혀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 주민 다수의 요구는 보상을 많이 받겠다는 게 아니고 현재 사는 집에서 계속 살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의회도 주민 요구에 동조 서울시의회도 주민들의 뜻에 동조하며 국토부에 계획 수정을 요구했다. 지난 2월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서리풀 공공주택지구 개발사업 지정철회 요청에 관한 청원’이다. 서리풀 2지구의 송동마을·식유촌과 1지구의 새쟁이마을에 사는 주민 약 1800명이 서명한 청원서였다. 당시 서울시의회에선 재석 의원 70명 중 69명의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했다. 오세훈 시장과 같은 당인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56명)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13명)도 함께 찬성표를 던졌다.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의 윤은정 수석전문위원은 검토 보고서에서 “청원 지역을 공공주택지구에 포함하더라도 기존 취락지구를 최대한 존치하면서 기반시설 정비 등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 방안을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할 때 환경적으로 영향이 없는 일부 지역을 고밀 개발하도록 변경한다면 당초 주택공급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존에 형성된 마을은 최대한 그대로 두고 그 외의 땅에서 원래보다 용적률을 높이는 쪽으로 개발계획을 바꾸면 서리풀 지구의 주택 공급 목표(총 2만 가구)도 충족하고 기존 주민들의 주거권도 보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주민들의 강제 수용 철회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국토부는 서울시의회에 보낸 답변서에서 “사업 진행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적극 수렴해 이주 주택·택지, 대토 보상 등 다양한 보상 방안과 이주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보상과 이주 대책에 대해선 주민들과 적극적으로 협의할 의사가 있지만, 현재 주민들이 사는 단독주택을 헐고 그 자리에 대단지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은 변함이 없다는 뜻이다.
송동마을과 식유촌 주민들은 국토부에 강제 수용 반대 청원서를 제출하고 김윤덕 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나섰다. 성해영 비대위 부위원장은 “끝내 정부가 주민들의 뜻을 무시하고 개발지구 지정을 강행한다면 행정소송이나 헌법소원 등 법적으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기로 주민들이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주정완 논설위원